[시론] 목포의 집요함이 부러운 우리들의 자화상
- 순천대 겁박의 기억을 넘어, 순천대 의대의 기본을 지켜내야 한다
국립순천대학교가 전남광주 국립의대 신설 후보 대학으로 선정된 지 두 주가 흘렀지만, 전남 서부권의 반발은 가라앉기는커녕 더 거세지고 있다.
목포대는 지난 4일 광주지법에 선정·추천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서부권에서는 심사위원에 대한 경찰 고발과 삭발 투쟁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박지원 의원을 필두로 한 서부권 정치권은 "선정 무효"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소송과 고발, 삭발이라는 물리적 저항까지 동원한 이 총력전은, 지방정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위의 결집력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86만 동부권 주민들의 마음은 유감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독히 씁쓸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십 년 지역 숙원을 위해 총력전으로 판을 흔드는 서부권 정치권의 집요함이, 내심 부럽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동부권 정치의 무기력했던 기억, 그리고 '겁박'의 상흔>
솔직히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상황이 반대가 되어 순천대가 탈락하고 목포대가 선정되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동부권 정치권이 지금의 목포처럼 법정 투쟁을 불사하고 중앙 정치권을 흔들며 지역의 생명권을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워주었을까.
안타깝게도 동부권 주민들이 기억하는 지역 정치의 현실은 차갑다. 국립의대 유치 초기 국면에서 지역 국회의원 김문수가 보여준 행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순천대의 독자적 대응이나 정당한 권리 주장을 향해 성찰과 지원은 커녕 사실상 순천대를 겁박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지역민의 목소리를 누르려 했고, 지역민의 이해보다 대학병원이라는 전리품을 자신의 성과로 얻는데 만족하는 정치 셈법으로 목포 의대 설립에 찬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순천대가 억울하게 탈락했다면, 집행정지 신청은커녕 이처럼 무기력했던 지역 정치권 아래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기회를 빼앗겼을 것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서부권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정작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줄 정치력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되묻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부권 '불법' 궤변 뒤에 숨은 정치적 속내와 판 흔들기>
목포대 측 주장의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순천대가 제시한 순천시 소유 부지 임차 방식이 국립대 교지는 국유지여야 한다는 법령 요건에 어긋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포대는 이미 평탄화된 국유지 약 5만 평을 보유한 반면 순천대 부지는 추가 토목공사가 필요한 임야인데도 부지 확보 확실성 평가에서 동일한 점수를 받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형평성 문제 제기다.
그러나 이번 심사는 2030년 개교 시점에 맞춘 부지 확보 가능성과 실행력을 평가한 자리였고, 순천대는 지자체 간 업무협약과 시의회 확약서까지 갖춘 정당한 행정 절차를 거쳤다.
현재 국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확정되지 않은 설립 단계의 요건을 앞당겨 들이대며 '불법'이라 몰아세우는 것은, 명분 없는 불복을 정당화하기 위한 프레임에 가깝다.
서부권이 법정 투쟁에 배수진을 친 진짜 목적은 법원 승소 그 자체보다 시간 끌기를 통한 절차 무력화와 정치적 지분 확보에 있다.
개교 일정을 인질로 잡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정부를 압박하고, 교육부 최종 승인 단계에서 추가로 목포대 의대정원 배정이나 대학병원급 인프라 확충이라는 강력한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협상 전략인 것이다.
<서부권의 목표를 응원한다, 단 순천대 의대의 기본을 해하지 마라>
우리는 서부권이 느끼는 상실감과 그들이 보여주는 절박한 몸부림의 이유를 이해한다.
목포권이 이번 법적·정치적 투쟁을 통해 목표하는 바가 전남 전체의 의료 파이를 키우는 의대 정원 추가 배정이든, 서부권 의료 인프라에 대한 정부 차원의 파격적 지원이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전남 전체의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 역시 통합특별시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부권 정치권과 목포대에 분명히 말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와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투쟁이, 86만 동부권 주민들이 30년 간 흘린 눈물로 일궈낸 순천대 의대 유치의 기본 틀과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당한 공모 결과를 '불법'으로 낙인찍어 2030년 순천대 의대 개교라는 대명제를 흔드는 것은 전남 전체의 의료 미래를 인질로 잡는 야만적인 행위이다.
민형배 특별시장은 정치적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른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동부권 정치인들은 과거의 무기력했던 정치를 반성하는 한편, 서부권의 상실감을 품어 안는 대승적 포용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부권의 절박함이 순천대 의대의 본질을 해치지 않고, 전남 전체의 의료 인프라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것만이 소모적 정쟁을 끝내고 동과 서가 함께 승자가 되는 길이다. "우리가 남이요, 항꾸네 갑시다"
저작권자 © 순천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