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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16 17: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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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도시 순천, 대학도시로 다시 쓰이다 : 이 승리의 주어는 정치가 아니라 대학과 시민이었다.

- 의대는 목적이 아니라 시작이다. ‘명문 글로컬대학’과 순천의 다음 30년을 향해

전남광주 국립 의과대학 신설 후보 대학으로 국립순천대학교가 최종 선정됐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지역민의 염원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고, 여수·순천·광양을 비롯한 동부권 86만 시민의 생명권을 지켜낼 든든한 보건의료 축이 마침내 세워진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안다.
이 결과는 정치권이 만들어준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협상 결렬과 시한 압박, 절차의 불투명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 근거를 쌓아 올린 것은 순천대와 이병운 총장의 리더십, 그리고 그 뒤를 지킨 대학 구성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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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염원의 결실, 지역민의 승리

시한이 임박할 때마다 훈계와 압박에 가까웠던 정치권의 행보를 기억하는 시민이라면, 오늘의 결과를 두고 정치권이 뒤늦게 치하와 공치사에 나서는 것을 곱게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승리의 주어는 정치가 아니라 대학과 시민이었다.

치열한 검증과 경합 끝에 값진 결과를 만들어낸 순천대 구성원들과 동부권 지역사회의 노고에 깊은 경의와 축하를 보낸다.


지난 몇 달간의 치열한 과정을 지켜보며 분명해진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의대 유치 자체가 순천대의 미래를 자동으로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의대는 대학 전체의 연구 역량과 재정, 교수진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 될 잠재력일 뿐, 그 자체로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다.


이제 순천대 앞에 놓인 진짜 과제는 이 의대를 발판 삼아 대학 전체의 질적 도약을 이뤄낼 수 있느냐다.

오늘의 후보 추천으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다.


정원 100명 배정부터, 서류상의 계획을 실제 임용과 500병상급 첨단 대학병원 설립으로 구현해 내야 하는 길고 고된 실행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평가 점수 89.15점이 결정한 것은 '자격'이었을 뿐, 진짜 '성공'은 앞으로 순천대가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몫이다. 


또한, 목포와 서부권을 잊지 않아야 이번 승리는 완성된다. 돌이켜보면 이번 갈등의 밑바닥에는 특정 지역의 이기심이 아니라, 지방대학 소멸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양 대학의 절박함이 있었다.


특히 외부의 정치적 셈법이나 지역 간 세 대결을 배제하고, 오직 전문성과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공정한 심사 원칙을 끝까지 지켜낸 민형배 시장과 전남광주시의 대승적 결단은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정치가 아닌 의료 공공성과 교육 역량으로 승부할 수 있는 판을 열어주었기에 오늘날 순천대와 동부권의 정당한 승리도 가능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책임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민 시장이 약속한 목포 지역의 대학병원급 의료 인프라 확충이 공허한 위로로 끝나지 않도록, 순천대와 동부권이 먼저 책임감을 갖고 상생의 힘을 보태야 한다.


동부권이 홀대론을 깊이 체감했던 것처럼 서부권이 같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남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의료체계를 함께 그려내는 포용력이 절실하다. 


이제 순천대가 그려야 할 진짜 미래상은 단순히 '의대가 있는 대학'이 아니라 '의대를 가진 명문 지방대학'이다. 


순천대는 이미 글로컬대학30 선정을 통해 여수·광양 국가산단과 연계한 산업 밀착형 특성화의 토대를 쌓아왔다. 여기에 의과대학이 더해지면, 산업재해·환경보건·바이오메디컬처럼 지역 산업과 의료를 잇는 독자적 연구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의대가 국가산단의 산업의학·재난의료 연구 거점으로 작동할 때, 전국 어느 지방 국립대도 흉내 낼 수 없는 순천대만의 독보적 정체성이 완성된다. 


그 중심에는 다시 '도시'가 있다. 순천은 오랫동안 교육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그 이름은 지금까지 고교 평준화 이후 오직 순천대라는 기둥 위에서만 지켜져 온 것이었다.


의대 유치는 이 오래된 교육도시 이름에 처음으로 새로운 층위를 더할 기회다. 초·중등 교육의 도시에서, 첨단 의학교육이 함께하는 대학도시로, 순천의 '교육도시'라는 정체성 자체가 다시 쓰이는 순간이다. 


우수한 의료·연구 인재가 모여들고, 그들이 도시에 정주하며 산업·문화·행정과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이것이 순천이 그려야 할 다음 30년의 그림이다.


그리고 그 선순환의 완성은 병원 하나, 학과 하나가 아니라 순천이라는 도시 전체가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  인재가 평생 머물고 싶은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데 있다. 명문 지방대학의 꿈은 결국 명문 교육도시의 꿈과 다르지 않다. 


30년을 기다려 얻은 기회다. 오늘의 성취는 결승선이 아니라, 순천이 호남을 대표하는 명문 교육도시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해나가는 긴 여정의 첫걸음이다. 그 여정의 끝에서, 순천대와 순천시는 함께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저 의대 하나를 유치한 도시였는가, 아니면 그것을 발판 삼아 다음 세대의 명문 교육도시로 도약한 도시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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