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훈모 시장의 ‘방산도시 순천’ 공약, 충분한 검토 있었나… 해룡·세풍산단은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 정부 방산 특화단지 경남 창원 단독 지정
- 순천 해룡·율촌1산단과 광양 세풍산단은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편입
- 손훈모 시장이 제시한 ‘해룡·세풍산단 방산 클러스터’ 구상, 당초 입지와 국가 산업정책 사이 충돌 불가피
- 이차전지와 방산 융합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입지·기업·투자계획 등 실행 로드맵은?
손훈모 순천시장이 민선 9기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방위산업 클러스터 조성’ 구상이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결과를 계기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방산 분야 특화단지는 경남 창원이 단독 지정된 반면, 손 시장이 방산 클러스터 후보지로 제시했던 순천 해룡산단과 광양 세풍산단을 비롯한 광양만권 산업단지는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당초 손 시장의 구상대로라면 해룡·세풍산단을 활용해 방산기업을 유치하고 순천을 새로운 방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해당 산업단지가 국가 차원의 이차전지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기존의 ‘해룡·세풍산단 방산 클러스터’ 구상은 입지와 산업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번 결과가 물론 손시장의 방산 공약 자체의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약을 발표할 당시 해당 산업단지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과 정부의 국가산업정책 방향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그리고 이제 방산 공약을 어떤 방식으로 재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적 질문으로 떠올랐다.
<방산 특화단지는 창원… 정부가 선택한 것은 ‘기존 생태계의 확장’>
정부는 지난 9월 30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로봇·방산·이차전지 등 3개 분야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안을 의결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경남 창원이 단독 지정됐다.
정부는 창원을 중심으로 오는 2042년까지 총 2조2,314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추진하고 첨단항공엔진 국산화 사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창원과 사천·진주를 연결해 항공엔진과 소재·부품, 완제기 등 항공·방산산업의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지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창원이 방산산업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창원에는 이미 기계·소재·부품 및 방산 관련 산업기반이 구축돼 있고, 인근 사천·진주에는 항공우주산업 집적지가 형성돼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존 산업생태계와 기업 집적을 국가 차원의 투자와 기반시설 지원을 통해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창원 방산 특화단지는 방산산업을 새로 조성하는 전략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산업생태계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에 가깝다.
이 점에서 손훈모 시장의 방산 공약은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받게 됐다.
<손훈모 시장의 ‘해룡·세풍 방산 클러스터’ 구상, 이제 어디로 가나>
손훈모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순천을 생태·관광 중심 도시에서 산업과 경제가 성장하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면서 방위산업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제시해 왔다.
특히 해룡산단과 광양 세풍산단 등을 활용해 방산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의 새로운 산업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은 이 같은 당초 구상의 전제에 변화를 가져왔다.
순천 해룡·율촌1산단과 광양 세풍산단 등이 광양만권 이차전지 산업생태계의 국가전략 거점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특화단지 지정은 단순히 산업단지의 이름을 바꾸는 사업이 아니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기반시설 투자, 기업 유치, 연구개발 지원 등이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들 산업단지를 당초 구상처럼 대규모 방산 클러스터의 핵심 입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방산산업을 어떻게 공간적·산업적으로 병행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세풍산단은 순천시가 아닌 광양시에 소재한다는 점에서도 행정구역을 넘어선 광양만권 차원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핵심은 ‘방산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공약 당시 검토했느냐’>
이번 상황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방산산업 자체의 가능성보다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사전 검토 수준이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특정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려면 해당 산업의 시장성뿐 아니라 입지, 기업 수요, 기반시설, 정부 정책, 연구개발 인프라, 투자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방위산업의 경우 일반 제조업보다 정부의 역할이 크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정책 방향, 군 수요, 방산기업의 공급망, 시험평가 및 연구개발 인프라 등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산 클러스터를 공약으로 제시할 당시 손훈모 시장과 순천시가 어느 정도까지 준비했는지가 중요한 질문이 된다.
어떤 방산 분야를 순천의 주력산업으로 설정했는가, 구체적으로 유치하려던 앵커기업은 어디인가, 해당 기업들과 사전 협의를 진행했는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했는가, 기존 창원·구미·사천 등 방산 집적지와 어떤 차별화 전략을 마련했는가, 해룡·세풍산단을 방산 거점으로 선정한 산업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없다면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단순한 정부 공모사업의 결과를 넘어 대형 산업공약의 사전 타당성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은 순천 도시전략 재설계의 계기>
다만 이번 결과를 근거로 순천이 방산산업 육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방산산업은 완제품 생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반도체, AI, 드론, 로봇, 센서, 정밀전자, 소재·부품,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첨단산업이 방산 공급망과 연결될 수 있다.
오히려 순천이 기존 방산도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대형 방산기업이나 완제품 생산시설을 유치하려 하기보다는 지역의 산업기반과 연계할 수 있는 방산 분야를 선택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지정된 만큼 이차전지 소재·부품 산업과 방산·드론·로봇·무인체계 등 첨단산업의 접점을 찾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손훈모 시장 역시 이번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관련해 이차전지 산업을 방산·로봇·드론 등 미래산업과 연계해 확장하겠다는 취지의 구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방산’이라는 단어를 공약에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행 계획이다.
<국가가 선택한 산업과 지역의 공약,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이번 정부 발표는 순천에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방산 분야에서 창원이 국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게 됐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순천이 포함된 광양만권이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순천의 선택지는 단순히 ‘방산을 포기할 것인가, 계속 추진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과 투자 방향이 정해진 이차전지 분야를 지역경제의 확실한 성장축으로 만들면서, 방산산업은 순천이 실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세부 분야를 찾아 기존 산업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약의 숫자와 산업의 이름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다.
대규모 산업공약이라면 기업 수요조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 투자재원, 예상 고용효과, 구체적인 추진 일정 등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손훈모 시장의 ‘방산’ 구상 역시 이제 선언의 단계에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해룡·세풍산단을 방산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당초 구상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이후에도 유효한 것인지, 유효하다면 두 산업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산 입지와 분야를 찾을 것인지.
이제 순천시가 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질문이다.
이번 정부의 방산 특화단지 지정 결과는 손훈모 순천시장의 방산 공약을 현실적인 산업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출발점이 됐다.



저작권자 © 순천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