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팔마(八馬)의 고장 순천, 청렴의 역사를 새로 쓰자
관행 타파 위한 ‘매장비’ 건립 및 ‘팔마청렴문화원’ 신설 공식 제안
순천은 예로부터 고려 시대 최석 부사의 청렴 정신이 깃든 ‘팔마비(八馬碑)’의 고장이다.
팔마비는 공직자가 임기를 마치고 떠난 뒤, 그 은덕을 기억하는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세운 비석이다. 이는 권력이 스스로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기억 속에 남을 때 비로소 가치가 완성된다는 고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순천 오천그린광장에서 마주한 한 기념석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2023년 12월 30일 자로 제작된 이 시설물은 박람회의 성과를 자축하며 당시 지자체장들과 의원들의 이름을 새겨 넣고 있다.

결산도 충분히 공고되지 않은 시점에, 임기 중인 정치인이 스스로 공적을 기념하는 시설물을 세운 것은 전통적인 예법은 물론, 공공시설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현대적 공공성의 가치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권력은 스스로 기념할 때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겸손히 봉사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는 법이다. 이에 나는 우리 순천이 다시 한번 ‘청렴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시민의 뜻을 모아 현재의 기념석을 재검토해야 한다. 혈세 낭비를 지양하고, 시민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권력의 오만함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 있는 ‘매장비(埋葬碑)’를 건립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는 잘못된 관행을 땅에 묻고, 시민의 주권 의식을 높이는 상징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둘째, ‘팔마청렴문화원’의 설립을 제안한다. 팔마비가 청렴의 과거를 기억하는 거울이라면, 매장비는 청렴의 현재를 경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두 비석을 통해 순천의 정신을 대한민국 공직 문화의 표본으로 승화시킨다면, 순천의 품격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순천의 정신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지혜가 모일 때, 우리 도시는 비로소 더 밝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권력의 이름보다 시민의 가치가 앞서는 순천, 그 위대한 여정에 순천 시민들의 소중한 뜻이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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