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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16 17: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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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원고 대리인'에서 '피고의 수장'으로…손훈모 호(號)의 첫 시험대

- 인수위 '백지화' 대신 '공공자원화시설 정상화 T/F' 출범으로 현실적 숨고르기

- 변호사 시절 '소각장 반대 소송' 이끌다 시장 당선

- 7월 취임 후 순천시(피고) 대표자로 지위 역전, 원고 대리인은 사임했지만…

- '2030년 직매립 금지' 데드라인 압박 속 출구전략 고심


민선 9기 순천시의 닻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손훈모 순천시장 당선인의 앞길에 놓인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전임 시정의 최대 현안이자 지역 내 갈등의 핵이었던 ‘연향들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쓰레기 소각장)’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연향들 소각장 백지화’를 정면으로 내걸었던 손 당선인은 취임을 앞두고 단순한 공약 이행을 넘어선 복잡한 법적·행정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 유례없는 '역할 역전'…법정 밖 사임에도 남는 딜레마

손 당선인은 변호사 시절, 연향들 소각장 입지 선정에 반대하는 순천시민 3,116명의 원고 대리인을 맡아 피고 순천시를 상대로 ‘입지 결정 고시 무효 소송’을 이끌었다.

비록 지난 2025년 11월 1심 재판에서 순천시가 승소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반대 주민들의 강력한 법적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


그러나 시장에 당선되면서 상황은 180도 뒤집혔다. 오는 7월 1일 취임 이후 손 당선인은 소송의 피고인 ‘순천시장’ 자리에 앉게 된다. 자신이 대리하던 원고(시민)들과 법정에서 맞서야 하는 피고(순천시)의 수장이 되는 유례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손 당선인은 이해충돌 방지와 행정 수반으로서의 법적 지위 정리를 위해 원고 대리인 직을 공식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적인 족쇄를 풀었다고 해서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그를 지지한 반대 투쟁위 주민들은 여전히 신임 시장이 순천시의 기존 소송 기조를 꺾거나 입지 고시를 스스로 철회해 주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상화 T/F' 긴급 수혈…정면 돌파냐, 속도 조절이냐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민선 9기 순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5일, 전담 특별조직인 ‘공공자원화시설 정상화 T/F(태스크포스)’를 공식 구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인수위의 이번 T/F 출범은 "시민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소각장 건립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손 당선인의 시정 철학을 신속하게 구체화하고, 그간의 추진 과정과 입지 선정, 절차 적정성 등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신임 시정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은 결코 낮지 않다.

 퇴임을 앞둔 노관규 시장은 언론인 간담회를 통해 "행정 결정·고시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미 전남도 감사와 법원 1심에서 적법성이 증명된 사업"이라며 "당선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뒤집을 경우 대안이 없다"고 신임 시정을 강하게 압박했다.


실제로 당선인이 직권으로 입지 고시를 취소할 경우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첫째로, 정부 방침에 따라 2030년부터 가연성 쓰레기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부지를 원점 재공모하거나 제3의 장소를 다시 찾을 경우, 입지선정위 재구성 및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수년의 시간이 허비된다. 결국 2030년 ‘쓰레기 대란’과 정부 페널티를 피할 수 없다.

둘째, 손해배상 및 행정 신뢰도 추락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민간투자 적격성 검토 등 행정 절차가 중단되면 막대한 매몰 비용(최소 10억 원 이상 추산) 처리는 물론 관련 시행사들과의 법적 손해배상 소송, 정부 교부세 삭감 등의 후폭풍이 고스란히 신임 시정의 몫이 된다.


■ '철저한 숙의와 검증'…우회로 찾는 손훈모 시정

결국 인수위가 대규모 공론화 기구 대신 실무형 특별조직인 '정상화 T/F'를 빠르게 띄운 것은, 선거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백지화 명분’을 세우면서도 행정 수반으로서 짊어져야 할 법적·시간적 책임을 관리하기 위한 정무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수위는 T/F가 제시하는 검토 의견과 보고 결과를 심도 있게 검토한 뒤, 일방적 강행이 아닌 시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으면서도 '효율적이고 신속한 사업 추진·조정 방안'을 당선인에게 권고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인수위 관계자 역시 "철저한 숙의와 검증이야말로 갈등을 끝내고 사업을 가장 빠르게 정상화하는 지름길"이라며 속도와 정당성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시장이 직접 판을 엎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기존 부지의 세부 설계를 상당부분 수정하거나, 주민 편익·복지 인프라를 파격적으로 확대 제시하는 ‘조건부 추진’으로 타협안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주민의 변호인'에서 '순천시의 수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손훈모 당선인.

그가 마주한 연향들 소각장 딜레마는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민선 9기 손훈모 시정의 정무적 감각과 행정 리더십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선 9기 순천시장직 인수위원회 주요 업무보고회 (인수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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