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순천시의 단계적 추진론, 결국 '목포대 순천캠퍼스'를 받아들이는 것인가
-순천시·김문수의원 ‘대학병원 우선’의 달콤한 약속의 이면...여수대 통합이 남긴 교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의과대학은 목포, 대학병원은 순천' 절충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순천시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병원 우선 건립' 방침을 밝히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그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순천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립순천대학교와 협력해 2030년 국립의대 정원 100명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동부권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우선 건립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회의원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에서도 이 안을 빨리 받아들이지 않으면 취소가 될 수 있다"며 "더 큰 욕심보다는 1의대 1부속병원 안을 빨리 받아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시와 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대학병원 우선'이라는 현실론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국립순천대학교 안팎에서는 이번 방안이 단순한 단계적 추진이 아니라, 국립순천대학교가 독자적인 의과대학을 갖는 미래를 사실상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의대 없는 대학병원은 누구의 병원인가
대학병원은 단순한 종합병원이 아니다.
의과대학 학생을 교육하고, 연구를 수행하며, 전문의를 양성하는 교육·연구기관이다. 따라서 대학병원의 핵심은 병원 건물이 아니라 의과대학과 대학본부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에 있다.
현재 인수위원회 절충안대로라면 통합대학 본부와 의과대학은 목포에 설치되고, 순천에는 5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이 들어선다.
하지만 예산 편성, 교수 임용, 인사, 연구개발, 병원 운영과 중장기 발전계획 등 핵심 의사결정은 대학본부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병원은 순천에 있지만 운영과 발전의 중심은 목포가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국립순천대학교 내부의 가장 큰 우려다.
'단계적 추진'은 과연 단계적 해법인가, 여수대는 왜 전남대의 종속적 캠퍼스가 되었나
순천시는 이를 현실적인 단계적 추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과거 전남대학교와 여수대학교 통합 사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6년 국립여수대학교는 대학 경쟁력 강화와 '한의대 유치 및 의료원 건립'이라는 화려한 청사진을 믿고 전남대학교와의 통합을 선택했다. 당시에도 대학 본부는 광주로 단일화하되, 여수캠퍼스에는 거대한 실리와 인프라를 보장하겠다는 '현실적 타협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통합 이후 대학본부가 광주에 집중되면서 주요 정책 결정과 예산, 인사 권한 역시 본부 중심으로 운영됐고, 여수캠퍼스의 독자성과 기능이 약화되어 사실상 종속형 분교로 전락되었다는 평가가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단계적 발전을 믿었던 타협의 대가는 지역 국립대학의 소멸이라는 뼈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1의대(목포)·2병원(순천·장래 목포)' 구상 역시 장기적으로 목포가 의과대학과 대학본부, 대학병원을 모두 갖춘 완결형 의료교육 거점으로 발전하고, 순천은 상대적으로 종속적인 위치에 놓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순천대가 아닌 ‘목포대 순천캠퍼스’가 되는 것 아니냐
지역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의과대학과 대학본부가 목포에 있고 순천은 임상교육과 진료 기능만 담당하는 구조가 된다면, 순천 대학병원은 독립적인 국립대학교 병원이 아니라 목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계의 일부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결국 국립순천대학교가 독자적인 의학교육기관으로 성장하기보다 사실상 목포 중심의 순천캠퍼스 역할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며 양 대학 통합의 무산을 제기한다.
이는 단순히 병원의 위치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대학의 정체성과 경쟁력, 지역의 미래 성장 기반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초심은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이었다
전남 동부권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추진해 온 목표는 단순히 대학병원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국립순천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대학병원과 함께 교육·연구·진료가 선순환하는 독립적인 국립 의학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다.
따라서 국립순천대학교가 지금 고민하는 핵심은 통합 자체가 아니라 통합 이후에도 대학의 독립성과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론만으로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다
동부권 의료 공백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순천시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의료 공백을 해결한다는 현실적 이유만으로 대학의 독립성과 운영권까지 함께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대학병원을 먼저 유치하느냐가 아니다. 대학병원의 지배구조와 국립순천대학교의 미래 경쟁력에 있다.
여수대 통합 사례에서 보듯 거버넌스가 집중되면 지역 캠퍼스의 자율성과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는 병원 건물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연구와 인재 양성이 하나의 체계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한다.
'단계적 추진'이 정말 지역의 미래를 위한 해법인지, 아니면 국립순천대학교의 독자성을 약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인지는 지금 지역사회가 가장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순천 시민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목표는 병원 한 동이 아니라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이었다.
그 초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순천소식)
순천시를 비롯한 전남 동부권에는 수많은 목소리가 오가고 지역의 현안이 빠르게 분출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논의나 구체적인 대안 없이 갈등으로만 종결되곤 합니다.
<순천소식>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어, 지역 사회를 위한 '대안 담론'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자극적인 보도를 지양하고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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