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화려한 수렴’ 뒤에 숨은 ‘소외와 불균형’을 경계한다
- 담대한 여정의 시작을 축하하며 통합특별시 본청사의 순천 유치를 촉구한다.
오는 7월 1일, 호남의 미래를 바꿀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로 뭉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마침내 닻을 올린다. 먼저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축제의 불빛 뒤편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통합이 단순히 산술적인 결합에 그치거나, 특정 지역으로의 부(富)의 쏠림 현상을 고착화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역민들의 우려가 깊다.
두 지역의 경제 구조를 뜯어보면 불균형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4년 기준 전남의 경제 규모는 104조 원(전국 8위)으로 광주(54.8조 원, 전국 15위)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전남은 강력한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4위라는 최상위권의 성적을 자랑한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기업의 영업잉여 비중만 높을 뿐, 주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1인당 개인소득은 전국 8위에 머문다.
반면 광주는 생산 역량(1인당 GRDP 전국 15위)은 낮지만, 임금 노동자 중심의 구조 덕에 1인당 개인소득은 전국 6위로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통합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평균화 효과이다.
합쳐진 통합특별시의 1인당 생산액(49.4백만 원)과 소득(27.2백만 원)은 모두 전국 6위 수준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는 통계적으로는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전남이 보유한 높은 생산 역량과 성장 잠재력이 희석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전남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생산 가치가 광주권역으로 흡수·희석되고, 특히 광주 중심의 행정·재정·산업 정책이 강화될 경우 통합은 균형발전이 아닌 사실상의 광주권 흡수통합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남 동부권의 소외’다.
여수·순천·광양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은 철강,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거대 기반 산업의 심장부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우주항공, 첨단 금속 소재 등 미래 산업의 메가 클러스터로 진화할 준비를 마쳤다.
정작 통합특별시의 중심추가 광주권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정당한 보상과 집중 투자를 받아야 할 동부권이 정책적 변두리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만 가르고 먹이는 주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은 결코 ‘광주 중심의 흡수통합’이나 ‘전남의 희생’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통합특별시의 초대 리더십과 정치권은 성장의 열매가 지역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정교한 분배 메커니즘을 짜야 한다.
특히 순천·여수·광양으로 이어지는 전남 동부권은 대한민국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통합 이후에도 그 역할과 위상이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의 호남권 반도체 드라이브 속에서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자 전남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동부권(여수·순천·광양)의 과제와 위상은 완전히 실종되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기존 거대 기반 산업이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통합특별시의 초대형 미래 산업 투자가 광주권역에만 집중된다면 동부권은 낡은 제조기지로 전락해 정책적 변두리로 밀려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는 단일 공장이 아니라 첨단 패키징, 특수가스, 소재, 전력 공급망이 유기적으로 엮인 '거대 생태계 산업'이다. 이 지점에서 전남 동부권의 잠재력은 독보적이다.
광양의 세계적인 항만 물류와 철강 소재 인프라, 여수국가산단의 특수가스 및 정밀화학 공급망, 그리고 순천의 우수한 교육 인프라와 정주 여건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받아 안을 최적의 교집합이다. 이제 동부권은 단순한 관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광주·장성이나 해남 중심의 투자가 전개되더라도, 순천을 중심으로 하는 동부권은 '소재·물류·후공정 지원산업의 핵심 거점'으로서 지분과 역할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통합특별시의 행정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약 광주청사나 목포청사 가운데 한 곳을 사실상 본청사로 활용하게 된다면 통합 출범과 동시에 지역 간 주도권 논쟁과 상대적 박탈감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의 정신이 어느 한 지역의 우위가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의 출범에 있다면, 행정의 상징 역시 새로운 출발을 담아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기존 청사의 단순 승계가 아니라 미래 비전을 담은 통합특별시 신청사 건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주에 두면 전남이 흡수통합이라 하고, 목포에 두면 광주가 역차별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통합의 상징은 제3의 공간에 세워야 한다.
특히 순천은 광주와 목포, 여수·광양을 연결하는 지리적 중심성은 물론, KTX와 고속도로, 남해안 산업벨트를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또한 행정수도와 산업수도를 분리 운영하는 세계 여러 도시 사례처럼, 순천에 통합특별시 본청사를 설치하는 것은 특정 지역 편중 논란을 최소화하고 균형발전의 상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통합특별시가 진정한 상생을 지향한다면 청사 입지 역시 정치적 타협이 아닌 미래 100년의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신청사 건립은 단순한 건물 신축이 아니라 통합특별시의 정체성과 균형발전 철학을 담는 역사적 선택이 될 것이다.
통합의 성패는 결국 "광주가 얼마나 커졌는가"가 아니라 "전남 전체가 얼마나 함께 성장했는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숫자만 불린 전국 6위짜리 통합특별시는 의미가 없다.
동부권의 소외감을 씻어내고, 전남의 생산력이 도민의 실질 소득으로 이어지는 내실 있는 통합이어야만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첫걸음을 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불균형의 고착화’가 아닌 ‘진정한 상생의 메가시티’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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